야경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삼천포 대교의 모습을 담으러 간 곳은 실안해안도로였습니다.
해가 서산너머로 모습을 감추며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때 쯤 무심코 해안 쪽으로 돌린 눈앞에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경관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실안낙조,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죠. 애초에 계획에 없었던 것이 덤으로 걸려들었단 느낌이 들어서일까 사천해안에 짙게 깔린 붉은 노을 빛은 다소 차갑게 불던 바닷바람마저도 순간 따스하게 느껴질 만큼 포근함 그 자체였습니다.
해가 넘어갈세라 부랴부랴 카메라에 그 풍경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수평선너머의 산자락부터 조각조각 떠 있는 작은 무인도들과 그림 같은 등대와 죽방렴들 그 무엇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는 분명 했습니다.
마치 고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온 스스로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하는 듯 따뜻하게 감싸주는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실안낙조는 많은 사진 전문가들의 단골 장소인 만큼 낙조의 경관으로는 아주 유명한 곳 입니다.
우리나라 9대 일몰 장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사천 앞바다에 펼쳐져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해안 가까운 곳에 위치한
죽방렴의 모습은 사천이 위치한 지리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한 그림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누군가가 이곳 실안에서의 낙조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십 번 같은 장소에 오기를 반복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날은 운이 좋았는지 곳곳에 구름이 조금씩 떠있긴 했지만 해넘이가 시작되고 그 구간이 되는 곳에는 마치 그 모습을 잘 담으라는 듯 구름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완전히 맑은 하늘에 붉디붉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실안낙조가 왜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지 조금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온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방문했을 때는 우연히 길을 가다 너무나 아름다운 석양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하염없이 감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게 지금 보는 유명한 실안낙조인지는 훗날 알았지만 말이죠.